cylee’s short no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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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소설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제도, 내용도, 분량도 제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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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극한 직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만큼 몰렸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소스코드는 아무리봐도 미친 프로그래머 코드이다.
3일전.
크리스마스 이벤트 업데이트 양이 많아서 오랜만에 야근을 하고 있었다. 야근할 때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면 담배를 피러 잠깐 옥상을 다녀오거나 웹툰을 보곤 했는데 그 날따라 무슨 애사심이 생겼는지 우리 회사 게임에 접속을 했다.
별 다른 것을 할 시간적인 여유는 없어서 인벤토리 정리를 하며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중에 귓말이 들어왔다.
(당신. 당신은 뭐죠)
응? 뭐지? 내가 개발자라는 걸 들켰나? 온 몸에 긴장을 다 풀고 인벤토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서 갑자기 들어온 귓말에 적잖게 당황했다.
회사에서 공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와 사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는 철저하게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는 내 돈 들여서 키워야 한다. 게다가 이 게임의 개발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하는 이벤트에는 참가할 수도 없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으며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난 이벤트도 참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작게 반항할 겸 이 캐릭터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혼자 있을 때에만 접속을 하는 녀석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내가 개발자임을 숨겼던 캐릭터기 때문에 내가 개발자임을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그래도 찜찜한 마음에 귓말 들어온 것을 무시하고 접속을 종료하려고 하는데 다시 귓말이 들어왔다.
(당신이 신의 대리인인건가요?)
이건 왠 설정충스러운 귓말인가. 평소같았으면 짜증내면서 ‘미친놈일쎄’라고 무시했을 그 말에 반응을 해 버렸다.
아니오 그냥 유저인데요. 라고 보내려고 응답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에러메시지가 출력된다.
‘이 유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뭐지? 버그인가?
나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니?
현실
신이 내린 저주
“저기요."
여자가 내 팔을 잡으면 100% '얼굴에 기운이 안 좋으시네요' 이다.
“잠깐만 멈춰봐요.”
얼굴에 짜증을 잔뜩 담고 돌아보며 '바쁩니다.'라고 말을 해야 한 번에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항상 호기심이라는 게 말썽을 부린다. 여자의 목소리가 상당히 예뻤다.
광채.
이 여자 얼굴에서 광채가 보였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광채가 났다. 내 심장은 ‘두근’ 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꽉 쪼그라들었다. ‘두구구구구궁’이라던가 ‘퍼버버버버벙’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난 저 눈부신 광채 때문에 말을 못 꺼내고 있었지만, 이 여자는 뭘까? 내 팔을 잡아놓고선 내 얼굴만 멍하니 보고 있다.
“맞나? 아닌가? 잘 모르겠는데…”
“네? 무슨…”
이 분의 외모가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캐서린 맥피와 닮지 않았어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만 가보겠습니다.’라고 했을 거다. 입에는 살짝 미소를 담고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깜빡하는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면 되겠다.”
여자가 환하게 웃었다.
너무 환하게 웃으면 심장이 아파요. 그렇게 환하게 웃지 말아 주세요.
“저랑 저녁 먹을래요?”
뭐지? 이거 일반인 대상의 몰래카메라인가? 연예인 지망생을 이용해서 일반인의 반응을 보는? 주변을 쭉 둘러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 건물 위를 보았지만 카메라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고 몰래카메라용 안경 같은 것도 쓰고 있지 않다.
나랑 나쁜 짓 할래요?
현실
난 알고 있다.
‘신은 언제나 당신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예외없이 마주치는 저 분은 매일 지치지도 않는다. 한달 조금 넘게 하셨으니까 충분하시겠지. 내일도 나오시면 신고 해야겠다.
저 아주머니의 종교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자신의 시간과 열의를 다 해 지하철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불만스러운 것도 아니다. 내가 진짜 불만인 것은 잘못된 말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신은 결코 날 위한 계획따위 만들어놓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그 ‘비~~익~~~ 픽춰'가 있을거라고 기대하는 건 인간이 만든 환상인거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신은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주사위를 던진다.
말도 안된다고?
진짜라니까.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순간에 날 대상으로 던져지는 주사위. 난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소개팅
“소개팅할래?”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현실